10분 정도 멘붕 상태에서 헤메이다 일단 근처 올드브릿지 젤라또 가게에서 젤라또를 먹기로 했다

박물관 내부를 거의 4시간 동안 돌아다녔으니 잠시 마실 것 좀 마시며 쉬었다가 성당을 구경하도록 일정 변경을 하는게 맞는데 당시 나는 상당히 마음에 여유가 없는 상태라 이 상황에서 먹자는 소리가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엄청나게 기분이 팍 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데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냉랭하게 대했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 처럼 즐거운 여행에 대해 전혀 1%도 기대하지 않았고 그냥 다 포기하고 아내가 하자는대로 생각 없이 따라갔다

사랑스럽고 고마운 아내는 그 상황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 중 리더로 보이는 사람을 붙잡고 현재 상황이 이러이러 한데 성당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았다

다른이라면 절대 못했을듯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어떻게 알았는지 그것도 신기하고 냅다 그냥 물어본 것도 참 대단했다

생각해보니 일본인은 추석이 없기 때문에 이탈리아 여행 기간 내내 거의 없었다


나는 지금은 기억이 ㄱ ㅏ물가물 한데 당시 철저하게 준비해왔으면 이런일은 없었을꺼 아니냐하는 아내에 대한 상당한 원망이 마음속에 가득했던 거 같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미리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하더라도 관광지 자체가 좀 허술하게 생겨먹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도 나는 왜 그리 마음 좁게 그렇게 행동했을까 싶다 참 미안하고 눈물나는 기억이다


여튼 당시 나는 완전 100% 아몰라 상태였고 그러다가 일단 바티칸 성당을 구글에서 찾아 가기로 했다 입구가 어디인지 정확히 몰랐는데 다행히 아내가 한국인 단체 관광 가이드 리더님에게 물어보고 위치를 알게 되어 그대로 가기로 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쳤기 때문에(박물관 내부에 쉴 곳이 거의 없다) 바티칸 박물관에서 가까운 올드브릿지 젤라또를 잘 찾아 갔다



오후 2시 : 올드브릿지 젤라또(OldBridge Gelateria)

기분이 너무 상했었기 때문에 이 유명한 젤라또 가게의 사진은 이거 딸랑 하나다

이탈리아 여행 다니면서 먹었던 모든 젤라또 중에 여기가 가장 괜찮았던 것 같다

가격도 저렴했던거 같고 점원도 친절했고

다만 '리조' 같은 인기메뉴는 일찍 매진인 경우가 많으니 그냥 빨리빨리 맛있어 보이는거 후딱 골라서 먹자

뒤에 줄 서서 기다리는데 태양볕에 타죽는다아~~~~~~~~~~

선택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걍 앞에있는거 암꺼나 빨리 골라욧!!



올드브릿지 가기 전에는 화가 꽤 났었는데 먹어보니 맛있고 시원해서 지친 몸도 풀리고 짜증도 좀 줄은거 같다

애도 아니고 돼지도 아니고 참나



오후 2시 30분 수많은 행렬을 따라 조금? 걸으니 어렵지 않게 바티칸 박물관쪽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정문은 아니고 수많은 입구들 중 하나




일단 1차 멘붕이 왔고



2시 30분 - 줄 서기 시작, 2차 멘붕이 왔으며



오후 3시 - 3차 멘붕이 왔다 ㅎㅎ

강렬한 태양빛 아래 그늘 없이 거의 30 - 40분 가량 줄 서 있으니 어느새 소지품 검사를 받고 입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쓰고 있는건 양산이 아니라 우산이다 ㅎㅎㅎ 태양이 강렬해서 우산이 부럽긴 한데 저렇게 인파가 많은곳에서는 위험한거 같다

들고 있다가 옆에 있는 사람이나 뒷 사람을 찌르는 경우가 많은거 같다 우산을 확실하게 딱 들고 버티던가 그냥 안 쓰길 추천한다

단 물, 모자, 여유, 인내심은 필수ㅎㅎㅎ



오후 3시 조금 넘어 드디어 바티칸 입구로 입장했다

마냥 기다리다 들어가니 막상 뭐 어디로 가야할지가 막막했다

일단 쿠폴라(CUPOLA)의 마감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일단 성당 보다는 쿠폴라를 오르기로 했다



또 줄 선다

여기서 어떤 줄이 맞는건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어떤 줄은 표를 끊는 줄일테고 어떤 줄은 입장하는 줄이고 어떤 줄은 미리 예약한 줄이고 어떤 줄은 단체 관람 줄이고 ㅎㅎㅎ

줄을 잘 서야 한다 :)

간간히 영어 안내 표지판 같은게 있으니 그걸 보고 줄서면 된다

왼쪽은 단체 관람 우측은 표 끊고 입장하는 줄이었다



3시 30분 드디어 표를 샀다 다행히 표를 구매함과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구조였다



오후 3시 35분 드디어 CUPOLA 가는 엘레베이터 탑승 ㅎㅎㅎ

그런데 뭔가 날씨가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꽈르릉 꽝꽝!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그리고 배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ㅋㅋㅋ

엘레베이터 타고 올라가면 화장실이 있을까? 



비가 어마어마 하게 온다

금방 그칠 것 같지도 않다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우닥닥닥 뛰었다

무쟈게 뛰어서 성당 윗쪽에 올라온 모습

아직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티칸 성당 내부의 모습

미사중이라 조용하고 엄숙했다

굉장히 아름답고 위엄있는 성당 내부의 모습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임펙트가 장난 아니었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마냥 1시간 동안 계속 서서 이 높은 곳에서 성당 미사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랫쪽에서 보는 느낌과 많이 다르니 꼭 오길 추천하고 싶다

물론 여기까지 오기 위해 1시간 이상 가만히 서서 대기해야 하는 고난과 역경이 있지만 내부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멋지기 때문에 모든 고생이 다 보상되는 기분이다. 심지어 배가 아프던 것 조차 잊어버렸다


사진이 너무 못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영화에서 보던 그 모습을 초월하는 위엄이 있으니 꼭 가보길 추천한다


성당이 밤 늦게까지 여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에 성당 미사 구경을 뒤로하고 쿠폴라 옥상으로 이동했다

상당히 좁고 길이 위험했다


보통 바티칸 입구에서 태양볕을 받은채 체력을 소진하고 또 다시 쿠폴라 입장을 위해 기다리며 체력을 소진하고

엘레베이터를 탄 후 계단을 오르게 될텐데 체력이 많이 부족한 사람은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체중이 굉장히 많이 나가는 분의 경우 오르다 중간에 멈추고 뒷 사람들을 먼저 보내기도 하였다

체력이 걱정되는 분들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다음 잠시 바닥같은곳에 앉아서 물도 마시고 휴식을 취한 뒤 계단을 오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but 대부분의 경우 한국 여성들은 치마를 입고 오는지라 쉽지가 않다는점~

이쁜 반 츄리닝 바지 있으면 그걸 입고 오면 아주 많이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음료는 성당 입장 전에 무조건 2병 정도 구매해서 가시라~

절대 후회 안할꺼다!

전날 꽝꽝 얼릴 수 있으면 얼리고!



오후 4시 10분 드디어 쿠폴라 전망대까지 올라왔다

계단은 대략 20분 정도 걸어 올라갔다


아쉬운점은 비가와서 안개 때문에 흐려서 멋진 광경을 맘껏 볼 수는 없었다는 것

그리고 계속 비가 조금씩 내리는 중이라 머리와 옷이 젖었다 

그래도 답답한 계단을 계속 오르다 시원한 밖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참 좋았다

너무 상쾌한 경관에 취해 배아프고뭐고 다 잊어버렸다


밖의 풍경을 오랫동안 만끽하며 즐기고 싶었으나 성당도 얼른 가서 봐야했고 비도 계속 내리는지라 

20분 정도 구경을 하다 계단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상당히 통로가 좁다 :)

그래도 너무 겁먹지는 마시라~



쿠폴라 꼭대기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는건 금방이었다

계단을 내려오니 밖은 햇살이 맑게 다가와 반겼다

기념품점이 있어 바티칸 성당의 축복을 받은 성수 및 묵주 그리고 각종 선물들을 잔뜩 샀다

놀랍게도 한국 수녀분이 계셔서 그분에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파견오신 한국 수녀분이 많이 계시더라 ㅎㅎ



바티칸 성당 구조는 다소 신기하다......

쿠폴라 계단 가기 전 엘레베이터 타고 올라온 곳의 모습

이곳에서 30분 정도 바티칸 성당의 기념품을 구매하고 서둘러 바티칸 성당으로 이동했다

뭔가 화장실 신호가 올락말락 했는데 그냥 무시하고 다음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건축물이 없나요 ㅠ_ㅜ

애국심이 폭파당했다

나의 김치 자부심은 또 한번 이렇게 굴욕을 겪어야 했다



장엄함과 절제된 화려함을 어떻게 다시 느껴볼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성수에 손을 담그고 축복을 기원한다




아쉬운 바티칸을 나오며




종료 시간이 가까워져 많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겨 떠나고 있다

그리고 교황님의 자비로 깨끗한 공중 화장실을 사용하여 내 육체의 더러운 짐 또한 속죄받을 수 있었다



안뇽... 바티칸......

너무 짧은 시간 밖에 구경을 못해 떠나기 아쉬워 걸어가며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정문쪽은 줄 서느라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굉장히 멋진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광장에서도 아쉬워서 두리번 두리번 



오후 5시 30분! 엄청 지쳤다!

이제 저녁 식사 하면서 맥주도 마시고 좀 쉬고 싶었다

구글이 강추하는 맛있는 식당을 향해 찾아가는데 여기서 또 험난한 일들이 있었을 줄이야......


Posted by 쵸코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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