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듣게 되면서, 뜨거운 락을 듣게 되면서
헤드폰의 한계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게 되었다

그 시초는 예전에 구해만 놓고 전혀 신경쓰지도 않던
베토벤 카라잔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리즈

비록 인켈 프로-9 이라는 오래되고 많이 부족한 오디오 시스템이지만
베토벤을 켜기 시작한 후로 나의 관념은 완전 바뀌게 되었다

더이상 헤드파이에 어떠한 단 일말의 흥미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마치 예전에 ATH-FC7 이라는 헤드폰을 접한 이후로
이어폰에 대해 관심이 사라진 것 같이 말이다

사실 인켈 프로-9은 그닥 좋은 스피커는 아니다
듣다보면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낀다
3way 이지만 네트워크 설계 라든지 기타 현재 보유한 AD2A 앰프의 문제로 인해
헤드폰으로 들었을 때 들었던 세세한 표현들이 뭍혀 버리기도 하는 그런 빈티지 시스템이다

나같이 돈없는 학생들이 아직 음악이라는 부분에 금전을 투자하기 힘들 때
어디선가 주워오거나 물려받거나 혹은 아는 분께 받아가는 그런 류의 스피커이다

물론 그렇다고 막 소리도 안나오고 완전 쓰레기 수준의 장비는 아니다^^;
이 한가지는 "확언"할 수 있다
용산 같은데서 파는 10만원? 20만원? 이런 장난감 같은 pc스피커 따위는
전 고/중/저 전영역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는 기본 실력은 가지고 있다
 

여태 베토벤 교향곡을 들어도 전혀 감흥이 없던 것은
헤드폰으로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있다

도저히 표현되지 않는다
다양한 수많은 악기들이 울어대는 소리들이 발현되지 않는다
웅장함이, 거대한 교향곡이 헤드폰으로는 도무지 나와주질 않는다

과연 이게 헤드폰 레벨의 문제일까?

단번에 그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치 스쿠터를 전속력으로 밟아도 오래된 고물 승용차를 이길 수 없는 것 처럼
굳이 초고가의 스쿠터를 구매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냥...
내 청신경이, 뇌가...
본능이 알아챈다

오르페우스 할아버지나 HD800 형님을 데려와도 이런 소리는 안나온다 라는 것을...

마치 내가 연예인이 되거나 초싸이언인이 되거나
피구왕 통키처럼 점프를 10m씩 한다거나
이런게 불가능 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너무 당연히 알고 있는 것 처럼

헤드폰으로는 이런 소리를 낼 수 없음을 너무 당연히 알게된다

그래..
내가 여자 친구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처럼
아아 시발...


소리라는 것은 어떠한 통로로 물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진동하는 것이다

내 전신을 훑고 심장으로 전달되는, 몸 전체로 들어가는 음악 소리들
음악 자체에 파뭍히는 느낌 이런 것들은
아무리 용을 써도 초고가의 dac과 앰프를 500개씩 병렬로 연결해도
헤드폰으로는 불가능 할듯 싶다

가슴으로 전해지는 베이스 드럼 밟는 소리
목소리가 내 눈앞에서 움직인다
귀를 넘어서는 공간감

형용할 수 없는 모든 총체적인 느낌
소리 자체에 대한 쾌락에 빠져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내게는 더이상 헤드폰에서 나는 소리가 아무런 감흥이 없다
헤드폰과 다시 친해지기 위해서 귀에 껴보지만
예전이랑 소리가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즐거움이 사라졌다


보유하던헤드폰의 가격대를 올리면서 필연적으로 유닛의 크기 또한 커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헤드폰 자체의 크기가 증가되게 되는데

예전에는 그런 것이 음악을 감상함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에 무언가를 올려놓는 것이 너무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다
심지어 최고의 착용감이라고 극찬을 하던 ergo model2 마져도 귀찮다


ATH-FC7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매일 헤드폰을 머리에 이고 지하철이든 학교든
잘 다녔지만
K701 같은 오픈형 헤드폰은 야외에서는 볼륨게이지를 50% 이상 높혀도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
그렇다고 노캔 헤드폰이나 밀폐형 헤드폰을 사기에는
이제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어서 싫다
또한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하다

게다가 다가오는 여름
헤드폰에게 있어서 아주 취약한 계절


이 기회에 차음좀 잘되는 적당한 이어폰 하나 사서
지하철에서 적은 볼륨으로 대충 음악좀 살살 듣다가

돈좀 모와 스피커 시스템에 입문해봐야겠다









결론 ::
애니 음악으로는 모르던 음악 장르에 따른 음향적 특성이
음감 장비를 바꾸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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