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8. 00:36 Volatile

지하철

퇴근하며 지하철에서 책을 읽던 중이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몇 달 째 읽는 것인지......

나와 정말 비교할 수 없을만큼 광활하고 깊은 의미가 넘치는 단어와 표현력으로 이루어진 글들

아름다운 문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감탄과 경외로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나는 평생 인생을 살아도 이런, 아니 이정도의 절반 혹은 겨우 배껴 비슷하게라도 글을 쓸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걱정은 잠시 있었고 사실 이내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내가 뭔 소리를 하는걸까

집에 오면서 느꼈던 생각을 글로 옮기는데 그것 마저도 쉽게 정리되어 깔끔하게 작성할 수 없다

난 정말로 멍청하고 언어장애인은 아닌가 싶을 정도의 병신이구나

자기가 직접 겪으면서 떠올랐던 생각조차도 순서대로 차분하게 정리하지 못하다니

초등학생 조차도 논설문을 숙제로 작성하면 나보다는 나을 것이다

병신같은 정말 심각한 언어장애를 가진 나의 사고 구조는 자기가 멍청하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해서

스스로가 얼마나 쓰레기를 게워내는지도 모르고 그냥 백내장 걸린 썩은 눈알로 한개도 아닌 두개로 읽어내는데

도통 시원스럽게 알아처먹지도 못 하고 그저 검은색과 빛의 밝기 정도로 받아들이니

글씨를 읽는 수준 그 행동 자체를 해냈음에 기쁨을 느끼는 심각한 병신인지라

그저 검은색 폐기물 위의 기름덩이가 빛을 반사해서 번쩍이면 멋있고 감동적이라고 착란하고

사지가 뻗뻗해져 발광하듯 발광한다

나같은 맹인 장애자는 후각으로 이 글이 명작인지 쓰레기인지를 판단해내고

말도 안되는 노력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며 오늘도 나는 앞으로 한 발짝 진보했다고 만족하며 자위한다

멍청하고 무능한 지방 덩어리가 오늘은 위대한 책에서 'ㄱ'을 읽었다고

그에 대해 아주 공감하고 행복함을 느낀다고 미친소리를 신나게 외친다

 

 

여튼

읽다보니 아래에 쓰여있는 미주를 읽어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 인터넷을 검색했다

어느 한 블로그에 상세한 해설을 보았다

너무 멋졌다

상세한 설명과 방대한 지식 나이도 기껏해야 나와는 몇 년 차이로 추정된다

난 여태 뭐하고 인생을 살아온걸까

 

기껏해야 집에 퇴근하고 와서 이런 쓰레기 같은 인생 한탄이나 끄적이고

아니면 게임 하던가 아니면 음악이나 듣다가 자고 매일 반복되고

이런 인생 개탄해도 변하게 할 의지도 없고

 

인생한탄하니까 웃기네 ㅋㅋ

만화책 우시지마에 나오더라

인생 실패자들이 최후에 자기 위안을 위해 정신적 자위를 위해 탈출구로 삼은 곳이 바로 블로그라고

아무도 오지않고 그저 혼자만 공감하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혼자 웃고 혼자 울고 소통하는 곳

맞는 말이다

 

친구가 없으니까

어느 누구에게 그냥 내 인생 편하게 말할 친구도 없으니까 이런데서 손가락이랑 키보드 톡톡 두드리며

뇌를 안심시킨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누군가가 와서 보고가요 ㅋㅋㅋ

지랄을 해라

누군가가 와서 보는게 더 부끄럽고 쪽팔린줄을 알아라

나이나 처먹고 이게 뭔 병신짓꺼리냐

 

저번에 만났던 누나가 말하더라

"우울하고 괴롭다고? 역시 너... 아직 한 참 어린애구나"

그 때는 이해를 못 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간다 100% 이해가 간다

한 창 인생의 동반자와 앞날과 자기 인생을 걱정하면서 달려가야할 시기인데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걸까

나는 느리다 그렇다고해서 슬로우 스타터도 아닌 것 같다

 

단지 동일 또래의 아이들보다 정서적 발달이 매우 극단적으로 느린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 때 강하게 마음 먹었던 것이 있다

나는 아무런 향기 없는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나는 성인이 되어도 아이의 심성을 가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그 때 계기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울먹이며 혹은 흐느끼면서 주먹을 쥐고 강렬하게 최고의 노력으로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

결심인지 자기 속박의 저주를 건 것인지

어차피 다 옛날의 일이다

과거의 자신 잘못을 핑계로 삼지 말도록

나의 죄가 있다면 과거의 내가 잘못했을뿐

미래의 불쌍한 나여 과거의 나를 용서하오 다만 현재의 내가 둘 사이를 중재할테니 너무 싸우지는 말게나

 

 

침을 질질 흘리며 머리를 마구 돌리면서 알 수 없는 언어가 아닌 소리를 지르며 울며 웃으며 의미 없는 감정을 뿜어내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엔 가족도 있고 아랫집도 있고 사회적으로 제약된 부분이 많아 그냥 오늘도 적당히 타협한다

 

 

멋진 사람은 멋지게 살아나가시게

무식하고 단순하게 살아온 분들도 앞으로 꾸준히 계속 나아가시게

 

나같이 이도저도 아닌 그냥 뭔가 정해지지 않은 어중간함은 어떻게 해야할지 그 조차도 머리속에 그려지지 않고 그냥 덩어리로 뿌옇게 엉망으로 벽에 흰색 아니 회색 벽에 퍼져있다 

그리다가 말아버린 벽화처럼

대단한 벽화는 아니고 그냥 동네 담벼락에 중학생이 페인트로 뭔가 해보려다가 말고 페인트를 벽에 대충 부어버려서 엉망으로 튀어 얼룩진 그런 담벼락

벼락 맞아버렸으면 좋겠다 그 중학생

 

이렇게나 누구랑 행복하게 인생을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살아야지

 

 

그러면서 집에 가는 오늘은 유난히 지하철에 커플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대학교 신입생 아이들 무리들이 같이 지하철에 탔는데 쓸데없는 아무런 의미없는 영양가 없는 그런 의미없는 말들로 재잘재잘 웃으면서 깔깔깔 남자 여자가 지하철 역을 한 정거장 지나면서 웃는 박자도 맞추어서 움직이는데 행복이 뭔가 흥겨움이 뭔가 힘이 에너지가 빛나는 모습이 보였다

 

시끄러웠지만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었지만

나는 누군가와 저렇게 끊임없이 별 의미 없는 말일지라도 말을 해본적이 없으니까

나는 쓸데없는 이상한 wiki에 나온 주제나 이야기하고 그러는 겉햝기 수준이니까

차라리 어설픈거보다 아예 나도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웃으면서 상대도 웃고 나도 같이 웃고 공감하고 행복하고

장난치고 이해하고

 

나도 저렇게 가볍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면 행복하게 매일 웃으면서 모두와 지낼 수 있을텐데

집에 갈 때 힘들게 가지 않을텐데

 

누군가 말한다 남에게 인정받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가 정해지는 사람은 별볼일 없다고

남에게 점수를 받기 위해서 헐덕이는 마치 자기의 영혼을 팔아대는 창녀같은 존재라고

별하나에 헐떡이는 창녀는 인터넷에 있는게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남이 나에게 좋게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나는 남창이구나

자기 자신이 텅 비어서 그냥 쓰레기로 가득 메워도 좋은 그런 남창

 

그런데 그게 왜 창녀죠

자기 자신의 가치와는 별개로 나는 단지 공감받고 싶을 뿐이다

내가 또 멍청해서 이해를 못 하는구나

 

어른이라면 이런거는 신경쓰지 않고 이미 몇 년 전에 가혹한 고통으로 이겨내고 스스로가 빛나서 남에게 빛을 나누어주고 자신도 그 빛을 받아서 다시 밝게 유지되는 그런 사람일텐데

 

나는 언제까지 혼자 빛나야 하는건지 사실 빛 조차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꺼린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나의 길을 가리이다 my way는 지랄하고 있네라고 외치고 싶지만

사실 이 문구는 어떻게 보면 좀 다른 의미를 띄고 있다

나같은 병신과 유유상종하지 말라는 그런 의미는 아니오니 멍청함을 공표하는 미친짓은 더이상 안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오늘도 시간이 흐르고

나는 내일도 그대로였다

머리 스타일을 멋지게 하여도

셔츠를 이쁘게 다려서 입어도

나는 이상한 사람이고 누구도 나같은 인생에 서투른 장님과 시간을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장애인 전용

장애인은 장애인과 만나서 장애인과 소통하고 사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생각했었지만

그 의미가 얼마나 슬픈 의미인지 엉뚱한 방향으로 깨닫는다

 

나는 결국 언젠가에는 아마도 어느정도의 결함이 있는 누군가와 만나서

그 상처를 서로 칼로 난자하며 딱지가 앉으면 다시 이빨로 물어 뜯어내 다시 후벼파내면서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인생을 살아갈 것 같다

 

내 친구들에게 분노했던 나는 정말로 나쁜 사람이었다

나는 오히려 그동안 나에게 인내를 해주었던 모두에게 감사를 했어야 했다

 

나의 장애는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할까

 

 

집에 도착했다

가족들이 우연히 식탁에 앉아서 파이를 먹었다

 

가족들이 웃었다

이런 웃음을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히 여기고 더 불쌍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더 이기적으로 행복해지고 싶었다

정신적으로 이성을 자해하며 땅에 머리를 쳐 박으며 감사함을 느끼는 그런 사람들 처럼 되고 싶지 않다

 

 

행복에 겨워서 배가 불러서 그런거겠지

왜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야할까

더 행복하면 안될까

누군가에게 빌린 행복을 나는 더 가지면 안될까

 

타인의 고통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지쳤다

쓸쓸하고 우울하고 아픔과 비교하는 것에 지쳤다

 

 

이제 고작 30찍느냐 마느냐 중요한 순간인데 참으로 한심하다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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