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3. 00:47 Volatile

기도원

회사에서 서울 근교로 캠핑을 갔다

우연히 캠핑장 옆이 기도원이었다

 

새벽 1시가 넘도록 기도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통성기도를 하고 있었다

기도원과 캠핑장 사이의 거리는 100미터 정도 떨어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기도하는 소리가 정말 크게 들려왔다

 

백명 이상은 족히 될 것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

울며 절규하며 소리 높혀 부르짖는 좌절, 절망의 목소리가 주변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을 지옥으로 메워넣듯 들려왔다

 

아버지 어머니들의 피가 맺힌, 눈물이 눈알에 박혀 분노하는 외침

침이 모두 증발해 고통으로 성대를 짖이겨 내보내는 말라버린 음성

가슴에 한으로 담금질된 날카로운 칼날이 수십개 쑤셔박혀있는걸 자신의 양손 주먹으로 심장을 마구 두두리며 발악하며 마구 거칠게 손으로 뽑아 하늘로 집어 던지며 머리를 땅에 찧어 그 피로 되새김질을 하는데

그 아픔이, 누구에게도 말 하지 못한 가족들 조차도 듣고 싶지 않아하는 슬픔이, 자식 조차도 나누길 꺼려하는 괴로움들이 새벽밤 캠핑장 산 전체를 잡아먹듯 밤새 나를 학대했다

 

 새벽 2시 더욱더 파괴적으로 용서를 비는 사람들의 괴성은 어두운 산속의 캠핑장에 홀로 깨어있는 나의 등을 타고 귀로 들어와 지배하기 시작했다

소름끼치는 기도소리에 산이 메아리치며 나무를 거세게 채찍질했다

내 모든 신경에 길다란 뾰족하게 가공된 대바늘을 밀어넣으며 너의 죄를 당장 고백하길 원하노라하며 고문을 시작했다

 

중간중간 산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지르는 어떤 한 가장의 "아버지!!"라는 외침

그리고 인자한 어머니가 있는 힘을 다해 내장 끝부터 밀어올려 지르는 머리가 터질듯한 그 비명소리

 

수백명의 입에서 자백이 흘러나왔다

그들이 범죄한 죄악들 시꺼먼 새벽 3시의 어둠보다 더 칠흑같은 더러움들

 

구원을 바라는, 용서를 바라는, 죽음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악 바로 그 자체였다

 

그 소리들은 정말로 내가 태어나서 들어본 그 어떤 소리들 보다 더 무서웠고 기괴했으며

정말 죽은 이후에 지옥이라는게 있다면 그곳에서 나는 소리는 바로 이런 종류일꺼라는 확신이 들었다

 

 

너무나도 기괴하고 슬펐다

 

그런식으로 일상 생활에서의 괴로움을 표출해낼 수 밖에 없어진 우리나라 사회 구조가

그런식으로 고통을 덜어내며 이겨내길 추구하는 종교 때문에 너무 슬폈다

 

모두가 흥분해서 소리지르며 모든 에너지를 뿜어내며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오열하며 반복해 머리를 흔들며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 뜯으며 기도함으로 평화가 일궈진다니

마음속 독을 쏟아내어 만들어낸 결과물이 정화라니

 

반복되도록 자신의 정신을 학대하며 강박적인 반복으로 이성을 파괴하여

인성을 강간하고 정신을 파탄시키는 패턴을 붕괴시키는 악마가

그 노력에 탄복하여 마음의 평화를 내려주니 그 쏟아낸 에너지는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뒤틀린 카타르시스가 뇌내 시냅스를 모두 절단시켜 헝클어버린다

 

사람이기 때문에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게 너무 슬펐다

 

괴로움으로 가득찬, 절망에 얽매어 도저히 인생의 출구를 찾지 못 하고 자살만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나락에 빠진 사람에게 죽은 뒤의 행복을 약속해준 그 계약자들은 과연 정말로 천사일지 모르겠다

죽으면 행복할까

 

그렇다면 어느 위대한 선각자 하나가 그들 모두를 다 죽여버린다면 행복할텐데...

그들은 참으로 높은 자리에 갈 것이다

신을 위해 참회를 하던 도중 죽게 되었으니

 

그리고 자신을 희생해 모두를 천국으로 인도한 위대한 구도자는 가장 높은 위치로 추앙 받아 앉게될 것이다

우편에 혹은 좌편에

 

자기 희생이라는 가장 큰 위업을 해내었으니 그는 분명 다시 살아날 수 있을 정도의 축복을 받게 되리라

 

이를 이해 못하는 무지몽매한 사람들만이 광신도이니 살인자이니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일뿐

인류 전체를 위해 누군가 크게 희생할 사람은 없는 것인가

인류 자체를 단 한 순간에 몰살시킬 그런 신의 사도는 없는 것인가

 

그들의 죄를 모두 짊어지고 인류를 모두 천국으로 인도한 뒤 자신만 홀로 남아 고통 가득한 지옥으로 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참된 아름다움, 선이 아니겠는가

 

그 신실함은 신께서 보시기에도 흡족하여 지옥에서 그를 바로 건지시리라

 

사실 이것이 신이 원하는 바

신의 대리인

Posted by 쵸코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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