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9. 00:46 Volatile

괴롭다

그냥 여자친구 생기면 마냥 행복하고 그럴줄 알았는데

싸울일도 없고 서로 사랑하면서 지내면 될 줄 알았는데

부모님이 반대를 하시니까 너무 힘들고 괴롭다

 

여자친구에게 차마 이런 말들을 해줄 수 없어서 혼자 버티는데 가슴이 타들어가는거 같다

행복하면서 웃음속에서 항상 있던 나도 점점 다시 예전처럼 성격도 어두워져가고

인생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는거 같다

 

입으로는 하하하 웃는데 표정은 그대로, 안면이 그냥 굳어서 멈춰있다

감정이 무너져가고 내 자신은 식물같이 바람에 흔들흔들 펄럭인다

정신이 빠져나간듯 텅 비어있는채로 서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방안도 안 떠오른다 말 그대로 정신이 나가버렸다

 

사랑과 행복에 대해 계속 생각하기 보다는 다시 예전 처럼 죽음과 자살 그리고 사고, 절망, 파멸과 같은 극단적인 앞날을 자꾸 생각하려한다

내 성격상 어떤 생각을 자꾸 하면 그 생각을 따라서 자신도 모르게 행동을 하게되고 실제로 똑같이 이루어지는일이 많던데, 이런 안좋은 지옥같은 미래가 현실이 될까봐 두렵다

너무나도 두렵다

오랜만에...... 아니지 사실상 30인생, 처음 맛보는 행복함에 기뻐 소중한 순간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게 엇그제 같은데 지금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모든 문제를 뒤로한채 다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빛도 안 들어오는 구석진 어두운 곳으로 숨어버리려 한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막막하다

 

매일 던져지는 부모님의 뜨거운 사랑이 박혀있는 문자 메세지들이 내 마음을 새까맣게 태워 상처입힌다

부모님의 사랑에 어떠한 악의도 없는 것을 알기에 더욱더 괴롭고 힘들다

다 사랑하는 아들이 행복하길 바라면서 오랜 인생의 경험을 차분하게 알려주시는건데

내가 가진 말재주로는 도저히 설득을 할 자신이 없다

 

사랑을 하기 전에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쉽게 이겨낼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정말로 격렬하게 반대를 겪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대화조차 성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사람 인생 90살까지 사는게 기본인 요즘 세상

30세 그리고 33세

고작 3년 남짓 1/30, 0.03 그정도 차이인데

이 차이가 과연 앞으로 남은 60년 혹은 그 이상의 평생을 행복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무엇으로 확정지을 수 있을까

 

기독교와 천주교 모두 같은 신을 믿는 종교인데 도대체 왜 기독교는 천주교 믿는걸 싫어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교회가 너무 싫다

우리 부모님을 점점 이상하게 만들어가는 교회가 너무 싫다

증오스럽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교리에 과연 결혼할 때 나이차이에 대한 엄격한 규울이 적혀있는가?

독실한 신자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독실한 신자인척 내심 생각하지만 정작 성경과 동떨어진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을 사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그러면서 세상에 물들지 말라고 지껄이는 역겨운 그들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어머니 인생 힘들게 살아오셔서 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하신거,

특히 어느정도 잘 살던 가문이라 외가 친척들에게 결코 쉽게 보이고 싶지 않으신거,

강남 압구정의 빵빵한 교회에 잘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그 교인 커뮤니티에서 아들이 연상과 결혼하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알리고 싶지도 않은 그런 것이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특히 우리 아버지가 친가 중 막내이다보니까 친척들에게 없잖아 알게 모르게 쉬운 취급을 당해서 더욱더 좋은집 젊은 여자랑 결혼을 시켜서 무시당하지 않고 싶으신거 모두 이해가 간다

 

그래서 더욱 증오스럽다

교회에 절실한 신자 마크를 달고 다니는 친척들 모두가 증오스럽다

빵빵한 교회에서 하하호호 웃으면서 그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예수처럼 모든 것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긴 커녕 쥐고 있는 그들, 역겨운 역설적인 그들 너무 싫다

 

나이의 사회 편견에 대한 분노가 부모님의 여자친구에 대한 거절 단 하나로 생겨났다

이런 병신같은 수준 낮은 어린애같은 30살 먹은 어른 같지 않은 가벼운 혼돈스러운 내 자신도 싫고

마냥 문제에 봉착해서 허우적대면서 고등학생 처럼 징징대는 내 자신이 너무 싫다

 

장성한 남자가 앞으로 인생 살 날이 60년이나 있는데 기껏 작은 난관에 부딪혔다고 질질 짜면서 죽겠다느니 이런 소리하는 내 자신이 정말 병신같다

 

여자친구가 보기엔 얼마나 답답해보일까 부끄럽다 그냥 이런 얘기를 하는거 자체가 부끄럽다

33살이면 결혼 문제도 있고 이모저모로 걱정될텐데 미안하다 내가 너무 나약하고 무능하다

일도 요즘 힘들어서 야근도 줄창하는데 많이 웃게라도 해주고 싶은데

행복하게 해서 일이 힘들어도 나에게 의지하면서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미안하다

 

찌질해서 미안해

 

미안해 전화 통화하면서 건성건성 대화하는거 다 느꼈을텐데 상처받았을텐데 미안해

그리고 정말 미안한건 이런 모든 이야기를 내일 회사에서 한 마디도 할 수 없다는게 정말 미안해

 

30살 먹은 남자인데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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