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2. 00:51 Volatile

행복하다

30년 인생에 태어나서 처음 쓸쓸하지 않은 가을을 지내고 있다

매년 자괴감과 슬픔으로 무너져내리는 눈물이 싸늘한 추위로 얼 때까지,

그 얼음 결정이 떨어져 깨어질 때까지 계속 괴로운 매일이었지만

 

이번년은 다르다!

(사실 재미난 것은 혼자의 인생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여자친구는 나중에 천천히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바램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뿐이지만 막상 그런 인생을 겪으니 이건 뭐 사는게 뭔지, 뭔가 역설적이면서 맞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말 그대로 나중, 천천히의 끝자락에 진짜 여자친구가 생겼으니 목표는 달성한 셈인가 싶다)

 

 

인연이라는거 믿지 않았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유치원생 글짓기 대회에 나올법한 말도 안되는 신화들을 보면서 그냥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공돌이 이성과 니체를 존경하는 나는 정말정말 인연 같은건 아예 믿지도 않았다

판타지가 있으면 좋기야 좋겠다만 그건 아쉬운 꿈일 따름이고

 

그러다가 내 주변에 평생 절대 절대 절대 절대 결혼 못 할 것 같은 느낌의 사람이 덜컥 결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일이 있었다

 

물어봤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냐고

 

그랬더니 웬걸 이런 대답이 오더라

자신도 결혼 그런거 아예 포기하고 인생을 살았단다

그런데

그런데 말야

인연이라는게 진짜 있는거 같다고 하더라

그 사람이 수줍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이는데 세상 어떠한 경험이나 놀라운 고대의 글귀들 보다

더 강하게 내 마음에 와닿았다

 

그 때 이런 생각이 살짝 들더라

'인연... 진짜 있는건가?' 살짝 바라기도 했었다

그리고 소개팅 같은거 내 성격치고는 참 많이 나갔지

 

물론 나의 그 초등학생같은 어휘 구사와 문장 구조 구현 능력에 사람들은 경악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자신들의 안위에 위험을 느꼈는지 개중에는 벌벌 떠는 사람도 있었다

참 가관이더라

쌍방이 가관이었다

 

내 친구가 불쌍할따름이지

 

참...

나, 친구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친구 만들고 싶어서 정말 고등학교 때 엄청나게 노력했었던게 갑자기 생각난다

소심한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서 진짜 노력했었지

특히 소풍같은거 가기 전날에는 같이 갈 사람, '단짝'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정말 기도를 엄청했었다

절실하게 기도했었다 정말 친해지게 해달라고 ㅋㅋㅋ

불쌍한 나일세

그 덕택이었을까 지금까지도 고등학교 친구들과 잘 지내는걸 보면 참 고맙다

분명 내 평균 범주를 벗어나는 성격을 받아주려면 그들의 깊은 이해력과 넓은 포옹력이 없잖아 필요했을텐데...

물론 나도 굉장히 노력했다

내가 뭔가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이 독특하다, 남과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나는 절망했고 사람을 공부했다

 

일반 사람들처럼 행동하기 위해서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틱장애가 있는것이 아니고 불같은 성격이나 자페증이 있는 것이 아닌데

남들의 말에 따르면 '뭔가 달랐다'

 

남몰래 울면서 맘고생 심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모두들 평범하게 느끼는거 같아서 행복하다

나 이상한 사람 아닌데

단지 매 초마다 생각하는 사고의 양식이 마인드 스토밍이 실시간으로 될 뿐인데

다시 말해서 양 주제간에 매칭시키는 교집합을 엮는 부분이 더 세밀할 뿐인데

다시 깊게 말하자면 각 개체가 가지는 세세한 특징에 대한 캐치를 일부분은 감각적으로 남들보다 더 잘할 뿐인데

다만 나는 그 둘 간의 언약을 주례하는 신부로써는 매우 무능했던게

풀어서 쉽게 표현해내는 능력, 언어적 표현력이 부족해서 머리속에서 판단하는 내 자신과

이야기들 들으며 형상화 되어가는 나 자신간에 큰 괴리가 생겨나고 지속적으로 서로간 잡음을 만들게 되는데

평범함을 통한 편안함이 중요한 친구관계 그리고 남녀 관계에 악영향을 미쳐 이제껏 내가 사막에서 혼자 햇볕과 모래알을 함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인거 같다

 

이렇게 끝없이 답없이 (물론 언젠가는 정상화 되리라 생각은 막연히 했었지만) 살아오던 인생에서

갑자기 우연히

여지껏 없던 갑작스런 우연함으로 여자친구를 만들게 되었다

 

취미도 같고 감성적인 부분도 비슷하고 예쁘고(이게 핵심이지) 체형이나 성격이나 모든게 거의 내가 그냥 막연하게 이런이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게 어떻게 현실로 구현이 된건지 참 말이 안되는

이거 뭐죠 지금 나 통속에 든 뇌고 게임중인가요

혹시 이거 인샙션이나 메트릭스는 아니겠죠

 

놓치면 안될꺼 같아서

평생에 한 번 온 유일한 기회일꺼 같아서

나의 소극적인 성격을 집어 던지고 사랑이라는 불패의 용기를 담아 달려갔고

행운과 사랑의 신이 나의 가여움과 놀라운 노력에 감복해

나에게 무한의 행복이 약속된 새로운 길을 걷도록 허락해주었다

 

 

사실 이런 글을 처음에 쓰려고 했던게 아닌데 뭐지 자아도취인가

 

 

내 여자친구는 예쁘다 ㅠㅠ

엉엉 사랑해요

고마워요

영원히 계속 될꺼 같던 우울한 광증을 단 한번에 깨끗이 씻어버려줘서 고마워요

 

 

물론 나에게도 이제껏 생각하지 못했던 정말 큰 인생의 목표와 인간으로써의 목표가 생겨났다

 

재사회화

0. 남자다움을 유지할 것(가벼워 보이는 언행을 삼갈것)

    내가 정말 좋아하는 혼돈을 이제 금지하고 평범하게 똑바로 침착하게 살아가야할 때가 온 것이다

1. 정신연령을 단기간에 성장시킬것

    내 여자친구는 연상이다 남녀간 정신 연령 차이는 2~3년 정도 난다던데

    난 그 차이를 극복해낼 수 있을 만큼 인생을 압축해서 미래를 바라보며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근시안적인 동일 또래의 사고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30중반을 넘어서 생각해야할 것들을 지금 미리 고민해봐야한다는 의미이다

2. 1번의 목표와 연계해서 인생의 긴 곡선을 그릴것

    년간 월간 달성해야할 목표가 바로 보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회사, 결혼, 건강, 아이, 공부, 육아, 출근, 돈 등등 너무 많다 확인해야할 요소도 많다

3.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요소

    나는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

    나는 사람과 많이 생활 해본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쌍방간 노력이나 필요 요소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실험적 사고를 통해 직접 배우기는 너무 괴롭다

    명확한 지시서가 필요하다

 

나는 충분히 똑똑하다

내가 나온 대학교에 들어갈 정도면 나는 충분히 기본적으로 위의 목표를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할 것이다

잘 해낼 수 있을거야

 

힘내라

혼자 웃는거는 지쳤잖니?

같이 웃을 사람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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