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6. 00:23 Volatile

부끄러움

알고 지내던 이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친하던 누군가와 연락을 끊고
모두의 기억에서 차차 엷어져
가물가물 추억 언저리로 희미하게 남는다
그마저 각자 대로를 따라 달리느라 여념이 없어
좁고 어두운 골목길 같은 것은 지나친다 -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볼새 없이 지나친다
예전 언젠가의 형체 없이 부유하는 뿌연 기억만이 아슬아슬한데
그조차 다른 무언가 여러 색으로 얼룩져 남을뿐
차라리 투명해서 보이지 않지만 당연했던 시절이 나았다
영원할 것 같던 웃음과 그 고조된 분위기는 이제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떠오르지 않고 점점 더 깊이 더 깊게 추락한다
무겁고 어둡고 모든 것이 뒤섞여 구분 불가능한 검은색 심해로
앞으로 영원히 빛 비추어질 일 절대 없는 그 검고 깊은 웅덩이로 무겁게 가라앉는다. 계속

밝게 웃으며 길거리를 마구 뛰어다니고 싶다
하늘을 날고 싶던, 마냥 즐겁던 그때에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나중에 영원히 추억하기 위해 소중히 간직하겠노라고
잠시 한 발짝 물러서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따스함을 머금으며 음미하곤 했었는데
그 시절 한결같은 모두의 웃음은 어디로 가고
조각조각 남아 지금은 그 형체도 없이
바스러진 부스러기로 오늘내일 겨우 연명할 뿐

깊이 가라앉아 다시 끌어 올릴 수 없지만
이미 엉망으로 번져 구분해낼 수 없어도
그래도 무언가 그러한 것이 있었다는
마지막 하나 남은 회색 구름이나마 존재했었음을 기리며
알 수 없는 가슴의 북받침을 가만히 누르고
하늘을 바라보며 마냥 비가 내리기를
모두 남김 없이 다 씻겨 내려가길 빌어본다

Posted by 쵸코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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