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on COOLPIX 885 라고 정말 오래된 카메라가 있다

예전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 선물로 받은 카메라인데 졸업 사진을 찍을 때 주변에 어느 누구도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없었다 ㄷㄷ

마치 요즘 졸업식장에서 필카나 중형 카메라로 사진 찍고 있는 거랑 비슷했다 


300만 화소에 아직 초창기라 이미지 처리 기법이나 센서 퀄리티도 많이 구리기 때문에 화질은 요즘 폰카랑 비교할 수가 없을만큼 안 좋았다



여튼


당시에는 재미 있었지만 지금으로써는 많이 부끄럽고 잊고 싶은 기억들이 기록으로 꽤 남아있었다

생각해보니 마냥 재미있지는 않았구나 그래도 지금 내가 느끼는 만큼의 위화감은 없었던거 같다

사진들을 둘러보다 안되겠다 싶어 과감하게 한 번에 싹 지워버렸다

어떻게 그런 지저분한 몰골로 사회생활을 하고 댕긴건지 10년도 넘게 지난 일들이지만 여전히 쪽팔린다

여드름에 수염에 아이고 맙소사


10년 넘게 조심스레 보관해온 누렸던 시간의 일부지만 이제 그 영역을 완전히 비우기 위해 마치 소비한 것 처럼 아예 사라지게 하고 싶다

이제 시간을 되살아나게 할 큰 매개체가 사라졌으니 내 머리속에서도 영원히 잠들어 시간속에서 해체되리라


그런데


본의 아니게 잃어버린 과거도 있다

힘들게 알바하고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일본 여행을 친구와 간적이 있다

달달달 떨어가며 여행을 갔다


요즘에야 일본 정도는 여유롭게 한 번 다녀오는 코스 아닌가? 하는 분위기지만

생각해보니까 그 반대되는 내용을 쓸 수가 없네

10년 전에도 어느정도 사는 사람들은 일본 정도야 그냥 제주도 한 번 다녀오는 분위기었으니까

아 근데 제주도 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

맘 먹고 돈 쓰고 다녀와야 하는데 아 내 인생 돈 옴니알미;ㅏㅇㄴ럼;닝라


.

.

.


일본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을 싹-  전부 잃어버렸다

백업 해놓은줄 알고 사진을 지웠는데 백업을 안 했더라

참으로 멍청하지 않을 수가 있는 바보같은 행동이었다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박수홍이랑 김용만이었나? 를 도큐핸즈에서 우연히 만나서

아무런 동의 없이 바로 면상에 대고 사진을 찍었던 일도 있었는데 ㅋㅋ

서로 깜놀했음ㅋㅋㅋ


여행 계획을 친구가 짜고 나는 그냥 방관만 했던터라 머리속에 남아있는 것들이 아예 없ㅋ당ㅋ

오다이바로 추정되는 곳이랑

오다이바 가는 길에 있는 관람차로 추정되는 곳이랑

아키하바라랑......

기억이 나지 않아

ㅠㅠㅠㅠㅠ

그저 요시노야를 하루에 2번 이상 먹었던 것만 기억난다

그리고 마지막에 공항으로 돌아오기 위해 열차를 타야할때 내가 돈이 부족해서 주머니, 지갑, 가방에서 서로 1엔까지 모두 털어가며 겨우 열차표 값을 맞춰서 한국으로 무사 귀국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도 기억나는구나



그렇게 나의 눈물겨운 시간들은 본의 아니게 사르륵 사라졌다



.

.

.


강렬한 인상이나 어떠한 영감을 얻지 못하는 여행이라면 그 즐거웠던 혹은 힘들었던, 평이했던 기억들은 금새 사라질지도 모른다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잔잔함 내에 스며들어있는 감동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ㅎㅎ


여행의 모든 시간이 블록버스터 처럼 빵빵 터지지는 못할테니까 말이다

너무 힘들었어도 (무의식이 판단하기에) 즐겁지 않던 기억일 수 있어서 뇌가 기억을 강제 삭제를 시켜버릴 수도 있고


그것들을 보완하기 위해 카메라가 기억의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아니면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미리 공부?를 많이 해가는 방법도 있겠다


집중력 저하로 오늘의 잡설은 끝~




Posted by 쵸코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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