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6. 21:18 Volatile

나는 멍청하다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었던 내가 가장 소중히 하던 글 쓰는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고 무의미하고 수준이 낮은지 다른 사람의 지적을 통해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장황하고 의미없는 낱말 나열에 단순히 어렵게 쓰는 나는 그냥 병신이었다

 

어렵게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일부로 어려운 용어를 남용해서 허세를 부리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나는 그냥 머리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썼을뿐이다

그런데 그게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냥 비밀 일기장에 지껄여 놓고 잠궈 버리는 글이라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결국 나는 최후까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얼마나 언어적 사고가 부족하고 멍청한지 이제 깨닫게 되었다

 

내 비유나 은유는 그냥 나만 아는 격식도 문화도 없는 초등학생 일기의 제멋대로 글짓기였고

부끄러움 때문에 자신있게 말하지 조차 못하는 겁쟁이 같은 어린애의 투정 수준일 뿐이었다

 

말을 제대로 못 할 때부터 내 머리속에 떠다니는 문장들은 단순한 욕망 같은 배설물 수준이라는걸 깨달았어야 하는데 내 특유의 멍청함 때문에 30년간 깨닫지도 못하다가 이제서야 눈을 뜬게 너무 화가 난다

그래도 누군가 세상에 어떤 한 명 쯤은 번역 해서 읽고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 기대 했었는데

사실 그 사람은 의사야 했다

 

나는 어려운 책을 읽을 자격도 없고

표지도 가리면서 행여 누군가 어떤책을 읽는가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준도 안된다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는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에게 나의 이런 행동들이 꾸미는 것 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몰래 읽어야 한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그냥 아무거나 빌려보았다고 해야한다

나는 읽고 쓰는 취미에 대해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내 모습이 같잖게 보였던 것 같다

나는 순수한 의도로 행한 행동으로 비웃음을 산다

 

내 안의 능력이 비웃음을 초월할 만큼 위대했다면 모르겠지만

나는 멍청하고 무능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밝힐 수 없이 혼자 갇혀서 몰래 해야한다

나는 정신적인 결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누군가에게 작은 오해라도 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연기 해야 한다

 

또 질질 길게 배설하듯이 장황하게 글을 쓴다

 

나는 울고 싶은 내 마음을 누구에게 토로할,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냥

빈 종이에 내 자신과 대화한다

나는 잘 하는게 이제 더 이상 없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누군가 나보다 어리고 영리한 더 잘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리고 가능성이나 의지도 그들이 더 많다

 

나는 맞춤법도 잘 모르고 줄 바꾸는 방법도 잘 모르고 띄어쓰기도 잘 모르고 아는게 없다

그리고 말 할 사람도 없고 말 해도 들을 사람도 없고 듣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도 없고

그냥 아무것도 없다

 

신도 없고 사람도 없으면

더 이상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 멍청함에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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